[73호] 다이어트 수업? 이젠 그만 강요받고 싶다

과월호 다시보기/73호 2014.03.01 21:36

[73호] 다이어트 수업? 이젠 그만 강요받고 싶다

 

 

   "나 요즘 너무 살찐 것 같아" "나 이제 다이어트 할 거야!"

   대한민국의 평범한 여성들이 흔히 하는 말이다. 다이어트를 하는 것은 너무 흔하고 일상적인 일이 되어버렸다. 대한민국은 지금 다이어트의 늪에 빠져있다.

 

   매체에는 끊임없이 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마른 몸을 은근히 강요하는 광고나 프로그램들이 넘쳐난다. 연예인들은 마치 그린 것 같이 군살 없는 몸을 보여준다. 사람들은 그 모습을 거울 속 내 모습과 비교하면서 자신의 몸에 대한 불만을 쌓아간다. 반대로 뚱뚱한 여자 연예인의 몸은 당연한 듯이 개그 소재로 쓰인다. 이 일련의 과정 속에서 살이 찐 사람은 놀림거리, 웃음거리가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날씬한 체형만이 건강하고 매력적인 몸이라는 왜곡된 신체인식이 생겨났고, 충분히 날씬한 사람들마저도 다이어트에 열광하게 되었다.

 

   최근 연세대학교에서도 이러한 사회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이 일어났다. 선택교양 생활과 건강 영역에 '여성파워다이어트'라는 수업이 개설된 것이다. 대학의 수업은 사회의 전반적인 흐름과 경향을 빠르게 반영한다. 필자는 실제 지난 학기 전공수업 조모임에서 대학의 수업과 사회 흐름이 상당한 관련을 가진다는 연구결과를 얻어내기도 했다. 그렇기에 수강편람에서 '여성파워다이어트'라는 수업명을 봤을 때 몇 초간 멍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참담하고 슬프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수업명이 파워다이어트라면 건강관리가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수업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앞에 붙은 여성이라는 단어는 유독 여성들에게 날씬한 몸을 강요하는 우리 사회와, 그 속에서 이제는 스스로 살의 노예가 되어버린 여성들의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실제 남성에 비해 유독 한국 여성들이 다이어트의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조영규 교수 연구팀에서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저체중' 성인남녀 69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다이어트를 시도한 적이 있다고 답변한 비율은 남성이 약 8%, 여성은 이보다 훨씬 높은 25%였다. 저체중임에도 자신이 표준체중이나 과체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비율 또한 남성이 4.3%인데 반해 여성은 25.6%에 달했다. 실제로 여성들의 체형에 대한 왜곡된 인식과 저평가가 남성에 비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물론 적당한 다이어트는 건강한 몸을 만드는데 도움을 준다. 하지만 현재 한국 여성들이 추구하는 다이어트는 그 본래의 목적과는 이미 거리가 멀어졌기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실제로 여성의 경우 체중조절의 목적으로 '더 나은 외모'를 꼽은 사람이 69%로 가장 높았다. 남성의 75%가 건강관리를 위해 체중조절을 한다고 답한 것과는 상당히 대비되는 수치다.

 

   이렇듯 한국 여성 사이의 다이어트 열풍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고, 여성의 아름다운 몸에 대한 규정은 획일화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누가 여성파워다이어트수업이 순수하게 건강을 목적으로 생겨났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왜 '여성'파워다이어트인가. 건강을 위한 다이어트는 여성과 남성을 가리지 않고 필요한 것 아닌가? 여성들이 다른 사람들은 인식도 못할 만큼의 작은 체중 변화에 울고 웃으며, 다이어트에 관련된 온갖 정보들이 홍수처럼 쏟아지는 한국 사회의 분위기가 없었더라도 이 수업이 생겼을까?

 

   대학교의 정규수업에 다이어트 과목이 있을 만큼 우리나라 여성들의 과체중 문제가 심각하지는 않다. 우리는 이 수업의 개설에 대해 다시 한 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어떻게 여성을 위한 다이어트 수업이 생기게 되었는지, 대학에서 다이어트 수업을 왜 해야 하는지, 정말 학생들이 필요로 하며 학교에서 제공해야 하는 수업인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대학은 학문의 전당이자 앞장서서 모범적인 모습을 모여야 할 의무가 있다. 마냥 다이어트 수업이 생긴 것을 신기해하는 것을 넘어서서 진지하게 고민해본다면 이 사실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굳이 '여성파워다이어트'라는 수업을 개설해서 여성들에게 또 한 번 다이어트에 대한, 날씬한 몸에 대한 은근한 강요를 할 필요는 없었다.

 

 

박은서 기자

sayeah@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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