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호] 특집 :: 학벌주의 사회에 옥죄여있는 우리들의 현실(2)

종간호(79호)/특집 2015.02.03 23:05

학벌주의 사회에 옥죄여있는 우리들의 현실(2)

 

 

   이전 기사에서 다뤘듯이 한국사회에서 학벌은 노동시장과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인이 되기 위한 시점에 놓여있는 사람들에게, 학벌은 다시 한 번 그 폭력을 가하는 것이다. 두 번째 특집기사에서는 이러한 현실의 한복판에 놓여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았다. 그리고 그들의 얘기를 통해 미약하지만 우리나라에서 학벌사회를 극복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았다.

 

 

 

 

▲ 취업을 위해 넘어야할 문턱은 보이지 않는 곳에도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 학벌

 

 

   현재 인하대학교 경제학과 4학년으로 취업준비를 하고 있는 김동준(26)씨는 취업을 준비하기 전 필요하다고 생각한 스펙이 무엇이었나라는 질문에 “취업을 준비하기 전에는 객관적인 점수나 지표보다는 자신의 경험과 철학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이를 잘 드러내는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면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취업을 준비하다보니 아무리 좋은 경험과 철학이 있어도 이를 보여줄 수 있는 객관적인 지표가 반드시 필요했다”며 객관적인 지표, 즉 스펙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가 취업준비를 하면서 외국어, 학벌, 학점, 인턴은 기본스펙이며 제2외국어, 어학연수, 자격증까지는 필수는 아니지만 약간의 플러스가 되는 정도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홍익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올해 하반기 싱가포르 항공에 취업한 권오상(25)씨 역시 비슷한 의견을 내놓았다. "취업 전에는 흔히 말하는 외국어, 학점 등의 스펙이 아닌 '실제 업무 능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업무 능력들을 키울 수 있는 다양한 활동들을 했다"며 "하지만 취업을 준비하면서 학벌, 학점, 외국어능력, 인턴경험 등 모든 스펙들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갖춰져야 취업을 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을 느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는 바로 학벌이었다. 학벌은 스펙의 일부였을 뿐만 아니라 다른 스펙에도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학벌과 학점의 연관성이었다. 비록 학점이 객관적인 수치로서 나와 있다 하더라도 정성평가1)가 들어간, 즉 학벌에 따라 학점에 대한 평가가 나눠지는 모습이 나타난 것이었다. 예컨대 김동준씨는 “학점이 같아도 그 학점은 출신학교가 어디냐에 따라 다르게 평가되고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권오상씨 역시 "학벌이 가지는 비중은 다른 스펙보다 것 같다"라며 "서류전형에서의 합격, 불합격을 결정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최종 면접에서 비슷한 능력을 갖고 있으면 학벌이 좋은 사람을 뽑는 경우가 없지는 않다"고 밝혔다.

 

 

   이와 유사하게, 같은 자격증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학벌에 따라 취업의 결과가 달라지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도서 ‘회계사가 말하는 회계사(강성원 저,2013)’에 따르면 우리나라 4대 회계법인(△삼일회계법인△안진회계법인△삼정회계법인△한영회계법인)에 속한 회계사의 학벌은 서울대학교, 연세대학교, 고려대학교가 주를 이룬다. 물론 이 밖에도 채용 시 성별과 나이, 영어를 고려하며 이 조건이 충족되지 않을 경우 수석합격자는 되어야 된다고 한다. 학점과 자격증이라는 객관적 지표를 뛰어넘어 학벌이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어느 곳에서든……

 

 

   이런 현상이 예체능과 같은 특수한 전공의 경우에도 나타날까. 모대학교 의상디자인학과에 재학 중인 A씨(23)는 “디자인 직종의 취업에도 기본적으로 학점, 학벌, 외국어, (해외)인턴 등의 스펙에 포토샵, 일러스트자격증등이 필요하다”며 “특히 디자인 직종인 만큼 디자이너로서 자신의 능력을 나타낼 수 있는 포트폴리오가 매우 중요하다. 실제로 4학년 수업에 포트폴리오 제작에 관련된 수업이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학벌과 취업에 관련해서도 디자인학과라는 특수성이 반영된 모습이 나타났다. A씨는 “디자인 직종은 특히 유학파들이 많다. 파슨스 디자인 스쿨(Parsons The New School for Design)이나 센트럴 세인트 마틴 칼리지 오브 아트 & 디자인(Central Saint Martin’s College of Art and Design)등 외국 명문 디자인 학교 출신의 학생들이 학벌로선 서울대학교 의류학과 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기도 한다”고 했다.

 

 

   또한 A씨는 김동준, 권오상씨와 마찬가지로 학벌이 갖고 있는 영향력에 깊은 공감을 했다. 특히 A씨는 우리나라의 패션과 관련한 대기업에 입사하기 위해선 학벌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패션업계에서 흔히 말하는 3대 대기업은 학벌을 매우 중요시 여기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졸업한 선배들을 보았을 때 이러한 모습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었다”고 했다. 물론 A씨는 일반적인 취업과 디자인 직종의 취업은 다른 점이 분명 존재한다고 말했다. “디자이너의 능력에 따라 학벌을 뛰어 넘을 수 있다”며 절대적인 장벽은 아니라고 밝혔다. 하지만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에겐 학벌은 넘기 힘든 벽으로 작용되고 있음을 유추할 수 있다.

 

 

학벌 없는 노동시장

 

 

   그렇다면 학벌이 스펙으로 작용되지 않는 노동시장은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존재한다면, 우리는 이를 통해 학벌사회를 극복수 있는 약간의 힌트라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다행이도 우리 주변에 이러한 시장이 존재하는데, 이 시장은 바로 ‘초등교육’시장이다. 초등학교 교사 임용절차는 다음과 같다. 해당 지역 출신의 교육대학교를 나온 학생이 그 지역에서 임용고시를 보고 시험합격시 초등학교에 임용이 되는 간단한 절차이다. 물론 경인교육대학교 출신 학생이 서울지역의 임용고시를 볼 수는 있지만 지역 가산점을 받을 수 없는 불이익이 존재한다.

 

 

   따라서 초등학교 교사 임용 과정에서 모든 학생들이 같은 대학의 출신임으로 임용과정에서 학벌로 인한 차별이란 존재할 수 없다. 서울교육대학교 출신으로 현재 서울동교초등학교에 재직 중인 이현준(26)씨는 “초등교사 임용 과정에서 학벌은 전혀 상관이 없으며 지역가산점2)도 (그 정도가 미미하기 때문에)학점 또는 임용고시 시험 점수로 충분히 극복가능하다”고 말했다. 또한 “승진에 있어서도 승진과 학벌과 관계없는 별개의 문제다”라며 학벌의 영향력이 무의미해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A씨의 인터뷰와 초등교사 임용과정을 통해 학벌사회의 극복을 위한 작은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하나는 ‘전문성’ 이고 다른 하나는 ‘대학의 일원화’이다. 여기서 ‘대학의 일원화’는 모두가 같은 학교 출신이기 때문에 학벌의 의미가 무의미해 지는 초등교사 임용과정에서 착안한 것으로, 대표적인 예가 프랑스 대학제도이다. 프랑스의 고등학생들은 논술형 대입자격시험인 ‘바칼로레아’치른 후 원하는 지역의 원하는 학과로 진학이 가능하다. 대표적으로 알려진 대학으론 파리 1대학, 2대학 등이 있으며 전공별로 차이가 날 뿐 대학별로 순위가 나뉘어져 있지 않다. 물론 ‘대학 위의 대학’인 그랑제콜(Grandes Ecoles)3)과 같은 제도가 운영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평준화된 대학으로서의 제도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만약 한국사회에서 대학의 일원화를 추진한다면, 프랑스의 모델이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학벌의 공고화가 수십 년간 강하게 진행된 우리나라에서, 프랑스 대학제도의 실현은 매우 어려울 것이다. 실제로 대학통폐합에 관한 의견이 많이 나왔지만 그럴 때마다 심한 반대에 부딪쳤다. 따라서 '전문성', 다시 말해 능력중심사회가 학벌의 벽을 극복할 수 있는 보다 현실적인 방안이 될 것 이다. 왜냐하면 대학의 통폐합에 있어선 이익이 얽혀있어 사회적 합의가 아직 진행되지는 않았지만, 능력중심사회에 대해선 사회적 합의가 발생하여 실제로 정부와 기업 모두 이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능력중심채용은 A씨가 말했던 것처럼 학벌의 벽을 극복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능력중심사회로

 

 

   능력중심채용의 방향으로 정부적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으론 2013년에 시행된 '핵심직무역량 평가모델'이 있다. 이는 고용노동부가 역량 기준의 인재선발을 위해 만든 모델로서 작년 8월부터 30개 기업에 시범보급 되었다. 시범보급 대상 기업으론 롯데, 현대 모비스, 네이버(NHN)등이 있으며 공기업은 대한지적공사등이 참여했다. 당시 방하남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역량평가모델을 계속 확산시켜 청년들이 불필요한 스펙을 쌓는데 들이는 시간과 사회적 비용을 줄이겠다”고 말했다. 사기업의 차원에서도 이 흐름이 나타난다. 대표적으로 최근 채용제도를 변경한 삼성이 있다. 삼성은 직무와 관련이 없는 스펙을 베제하고 직무에 대한 적합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방향으로 채용제도를 변경했다. 이를 위해 1차적으로 직무에세이를 통해 직무 적합성을 평가하며 2차는 SSAT(삼성직무적성검사), 3차부터는 면접을 실시하게 된다. LG그룹역시 올 하반기 공채부터 입사지원서에 스펙 입력란을 자기소개로 대체하여 직무 역량을 중시하는 채용형태로 변화 시켰다. 이 밖에도 현대자동차는 인문계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한 수시 채용 방식, SK그룹은 '바이킹 챌린지'라는 오디션의 형식을 사용한 채용방식을 도입했다.

 

 

 

▲ 능력중심사회로 변할 수 있을까?

(출처:새 정부의 고용노동정책 추진방향. HR포럼)

 

  

   A씨는 "한국 사회의 학벌문제가 너무 고착화 되어 극복할 수 있는 답이 보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권오상씨는 "우리 사회가 다만 좀 더 능력을 봐주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무기력감을 느끼는 것은 비단 이들뿐만이 아닐 것이며, 이러한 모습은 그만큼 학벌이 가하는 폭력에 모두가 지쳤다는 것을 뜻한다. 이제 우리는 학벌사회로부터 자유로워질 때이다. 그리고 그때가 곧 다가오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Shawnlee08@yonsei.ac.kr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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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계랑, 수치화 하여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을 평가 할 때 사용되는 방법

 

2) 교육대학교가 위치한 지역의 임용고시를 볼 때 받을 수 있는 가점. 예컨대 서울교육대학교 출신의 학생이 서울지역에서 임용고시를 볼 경우 지역가산점을 받게 되며 지역가산점은 해당 지역별로 다르다. 2010년 부산교육대학교 졸업생과 재학생 1416명이 지역가산점제도에 대해 평등권을 위반한다며 위헌소송을 냈지만 2014년 헌법재판소는 "수도권 지역가산점을 받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도 다른 지역 교육대학에 입학한 만큼 지역가산점 제도가 공무담임권과 평등권을 침해했다고 볼 수 없다"라며 합헌판정을 내렸다.

 

3) 그랑제콜은 최고의 인재들만을 양성하기 위한, 프랑스 고유의 엘리트 고등교육기관이다. 이러한 이유로 이른바 ‘대학 위의 대학’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프랑스의 대학입학 시험인 바칼로레아(baccalauréat)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고등학생 중에서도 그랑제콜 입학을 원하는 학생들만 모아 2년 동안 그랑제콜 준비반에서 공부한 뒤 시험을 치르게 된다.(출처: 네이버 지식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