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호] 옮기거나 많이 듣거나, 어렵기는 매한가지

종간호(79호)/학내 2015.02.03 23:17

옮기거나 많이 듣거나, 어렵기는 매한가지

-복수전공 및 소속변경 학생들이 겪는 어려움

 

 

연세대학교(이하 연세대)에서 복수전공 등으로 두 개 이상의 학과에서 공부를 하거나, 소속변경을 해서 학과를 옮긴 학생을 찾아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많은 학생이 2개 이상의 전공을 가지고 있거나 입학 당시의 전공을 옮겨서 공부하고 있다. 단일전공 학생보다 이들의 학교생활이 좀 더 힘들다는 것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사실이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어려움이나 문제가 있는지는 알려진 바가 별로 없다.

 

 

왜 소속변경 학생은 우등졸업자가 될 수 없는가

 

 

   다음 학기 졸업을 앞둔 연세대 학생 A 씨는 우등졸업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인한 아쉬움을 가지고 있다. 그가 우등졸업 대상에서 제외된 이유는 2학년 2학기를 마치고 나서 현재의 학과로 소속변경을 했기 때문이다. 2011년 마지막으로 개정된 연세대 ‘우등생 표창에 관한 내규’ 제3조 2항에 따르면, △ 일반편입생 △ 학사편입생 △ 군위탁생 △ 졸업예정자 △ 복수전공생 및 재입학자 △ 학사경고자 △ 수강철회자 △ 징계자 △ 소속변경자 △ 학기초과자는 최우등 졸업생 및 우등 졸업생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나와 있다. 타 대학들의 학사규칙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소속변경자’를 굳이 우등졸업 제한 대상으로 명시해놓은 이유는 무엇일까.

  

 

   학사지원처 측에서는 해당 규정에 대해 내놓은 답변은 다음과 같다. “소속변경을 하기 전 학과에서 좋은 성적을 얻었다면 그것이 전체 학점평균에 영향을 미칠 것이므로 기존 학과생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우등 졸업생은 학년 전체 평균성적을 기준으로 매겨지므로, 이전 학과의 성적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소속변경 이전 학과의 성적이 형평성에 영향을 끼친다면, 소속변경 이후의 성적만을 우등졸업 선정 기준으로 삼으면 문제가 없다. 소속변경 학생은 단일전공 학생과 똑같은 학점을 들어야 졸업이 가능하므로, 동일한 학점을 들었다면 소속변경 학생에게도 우등졸업의 기회를 보장하는 것이 논리적이다.

  

   A 씨는 또한 학점 이수에 대해서 “학과 내에서 복수전공을 하는 학생들은 제1전공 학과의 졸업이수 학점이 줄어드는데, 해당 학생들은 소속변경을 한 학생보다 적은 학점을 들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제1전공이란 이유만으로 우등졸업 대상에서 제외되지 않는다”라는 문제를 지적했다. 복수전공 학생이 제1전공에 대해 우등졸업 요건을 인정받는다면, 소속변경 학생도 동일한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는다.

 

 

단일전공

학과별 졸업 이수 학점

소속변경

변경 전 학과에서의 학점 + 변경 후 학과의 졸업 이수 학점(변동 없음)

복수전공

제1전공학과 졸업 이수 학점(대부분 학과에서 감소) + 그 외 학과 졸업 이수 학점

▲ 졸업시까지 단일전공, 소속변경, 복수전공 학생이 경우별로 들어야 하는 학점. 소속변경 학생은 소속을 변경한 후에도 단일전공 학생과 동일한 학점을 이수해야 졸업이 가능하다.

 

 

학과과정 늦게 시작했을 뿐인데…

 

 

   제도적인 측면에서 복수전공 및 소속변경 학생들이 겪는 또 다른 어려움은 수강신청 과정이다. 수강신청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이미 지난 <연세通> 77호에서도 다룬 바 있지만, 복수전공 및 소속변경 학생이 겪는 어려움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다. 연세대에서 복수전공 또는 소속변경을 신청할 경우 3학기 이상을 수료한 학생에 한해 지원이 가능하다. 따라서 원 단일소속 학과생보다 전공과목을 신청하는 것이 필연적으로 늦어질 수밖에 없는데, 특히 수업 대상 학년이 낮은 전공기초 및 전공필수 과목의 경우 수강신청에 성공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작년 2학기부터 사회학을 복수 전공하고 있는 김평화(신학·10) 씨는 이번 학기 사회학과 2학년 전공필수 수업인 사회통계학 강의 수강신청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김평화 씨는 “전공필수 수업이라면 학년에 상관없이 신청이 보장되어야 하는데, 지금은 그것이 너무 제한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복수전공 및 소속변경 학생들이 겪는 수강신청 상의 어려움에 대한 학교 측의 시스템적인 보완은 부족하다. 각 학과에 이 문제에 대해서 문의한 결과, 행정학·심리학과 등의 사무실에서는 ‘인원 배정은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다’는 답변이, 정치외교학·노어노문학과 등의 사무실에서는 ‘교수 재량에 따라서 정원이 모자랄 경우 수강인원을 늘리도록 하고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수강신청 정원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들을 수 없었다. ‘학사포탈 상에 복수전공 및 소속변경 학생을 구분할 수 있는 장치가 없으므로 해당 학생들을 고려해서 정원 배정을 하는 것은 어렵다’는 물리학과 사무실의 답변도 있었다. 복수전공 및 소속변경 학생의 수강신청에 대한 체계적 배려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답변들이었다.

 

 

조모임은 누구랑 듣지?

   학과 내 커뮤니티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단일전공 학생보다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 역시 복수전공 및 소속변경 학생이 지닌 어려움이다. 복수전공 및 소속변경 학생들은 이동한 학과에서 만들 수 있는 인간관계가 단일전공 학생들과 비교하면 제한적이다. 따라서 복수전공 및 소속변경 학생들이 해당 학과에 대해서 얻을 수 있는 정보 역시 한정적이다. 물론 학과 내 행정사항에 대한 정보는 학과 사무실 등의 공식 기관을 통해서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교수의 강의 성향이 어떠한지, 시험이나 과제는 어떤 식으로 나오는지에 대한 정보 등 공식 기관보다는 학생들간의 인간관계에서 얻기 쉬운 정보도 존재한다. 소위 ‘족보’라고 말하는 수업 요약본이 대표적이다.

 

 

   조모임이 있는 수업에서 조원을 찾는 것 역시 복수전공 및 소속변경 학생이 넘어야 할 벽이다. 정치외교학을 복수 전공한 이진아(사회학·09) 씨는 “사회학과는 조모임 수업이 많은 편인데, 조모임이 있는 수업에서 복수전공을 하거나 소속변경을 한 학생이 자신이 원하는 조에 들어가는 게 상대적으로 어려워 보였다.”라고 말했다. 조모임이 서로 아는 사람 위주로 짜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고려하면, 복수전공 및 소속변경 학생은 단일전공 학생보다 불리한 점을 안고 있다.

 

 

   여기에 소속변경 학생의 경우, 학과 내 커뮤니티에서 단일전공 학생들과 교류하는 것 또한 어려운 일이다. 전기·전자공학에서 생명공학으로 소속을 변경한 윤용원(생명공학·08) 씨는 “얼굴은 다 알고 인사하고 지내지만, 따로 만나서 이야기하는 식으로 좀 더 친해지는 데는 어려움을 느끼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입학 때부터 학과 학생들과 교류하지 않은 소속변경 학생은 다른 학생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학과 커뮤니티에 소속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복수전공 및 소속변경 학생이 겪는 어려움은 이외에도 많이 있다. 하지만 인터뷰 대상 학생들은 모두 그러한 어려움을 감수할 만하다고, 자신이 선택한 길이니까 감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이들이 겪는 어려움이 단순히 더 많은 공부를 하고 싶었기 때문에, 혹은 다른 학생들보다 자신이 하고 싶은 공부를 늦게 발견했기 때문에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우등졸업 제도, 수강신청 등에 대한 시스템적인 보완이 필요하다.

 

정구원 수습기자

znetcom@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