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호] 기고 :: 나는 장애인입니다.

종간호(79호)/학내 2015.02.03 23:22

나는 장애인입니다.

 

   나는 장애인입니다. 사실 제가 장애가 있다는 것을 깨닫기 전에는 내가 그런 장애를 가지고 있는 줄도 몰랐습니다. 저 또한 보통 사람들과 똑같은 줄로만 알았습니다. 제가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 중학교 3학년 겨울방학 즈음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정말 많은 방황을 했었습니다. 제가 장애인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마치 제가 보통의 사람들에 비해서 열등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듯했습니다. 무엇보다 견디기 힘들었던 것은 타인들의 시선과 태도였습니다. 제가 장애인이라는 것을 얘기하지 않으면 무언가를 같이 진행하면서 저를 향해 쏟아지는 비난이나 인신공격성 발언들에 상처 입었고, 제가 장애인이라는 것을 밝혔을 때는 마치 다른 세상의 사람인 것처럼 혹은 아예 도움이 안 되는, 없는 사람처럼 취급당하곤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그리고 대학사회에서 장애인이라는 존재가 받는 시선은 저와 크게 다르진 않을 것입니다. 혐오스러움 혹은 농담거리의 대상이 되거나 계속해서 보살핌이 필요한 존재, 더 나아가 아예 없는 존재로 여겨지거나. 우리 장애인들이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시선들은 그것이 어떠한 의도에서 비롯되든 장애인들을 자신들과 구분 짓고 격리시킴으로서 생겨나는 것들입니다. 장애인들은 그들과 다르기에 멸시받거나 보살펴주어야 할 존재라고 여기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의 눈으로 본 장애인들은 어떻습니까?

 

 

   한편으론 우리 장애인들이 가지고 있는 자격지심은 비장애인들로 하여금 우리들이 그러한 대우를 받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게 만듭니다. ‘내가 장애를 가지고 있어서 누군가와 어떤 일을 하는데 있어서 방해되진 않을까?’, ‘난 장애가 있어서 활동적인 일은 무리일거야’ 와 같은 생각들은 스스로를 갉아먹게 됩니다. 그 결과는 위축되고 소심하고 수동적인 우리 장애인의 모습뿐입니다. 우리가 스스로 돌아본 지금까지 우리의 태도는 어떠했나요?

 

 

   우리 장애인들이 당당하고 주체적으로 살기 위해서는 바뀌어야 할 많은 것들이 있습니다. 많은 법과 제도, 시설들이 비장애인들 위주로 되어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것에 앞서 제일 먼저 바뀌어야 할 것은 우리 장애인들과 비장애인들의 장애에 대한 인식입니다. 비장애인들은 장애인들을 그저 하나의 또 다른 보통사람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물론 장애인들이 가지는 신체적인 한계에 대한 기본적인 배려는 필요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을 넘어선 과도한 배려를 베풀려 하거나 기본적인 배려조차 거부하는 태도는 지양되어야 할 것입니다. 장애인들도 비장애인들과 같은 사람임을 명심하고 하나의 독립적인 인격체로서 대해야 합니다. 우리 장애인들의 스스로에 대한 인식도 바뀌어야 합니다. 우리들이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마치 비장애인들에 비해 더 열등한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면 안 될 것입니다. 더불어 우리들이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무조건적으로 타인에게 의지하려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우리는 주체적으로 우리의 삶을 살아나가야 합니다. 소극적인 태도로 가만히 있기보다 밖으로 나가서 직접 부딪혀야합니다. 때로는 높은 벽 앞에 좌절할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를 위한 변화의 시작은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의 손으로 이루어나가야 합니다.

 

 

   우리학교에서는 올해 처음으로 장애학생지원센터에서 새내기 OT때 장애인지교육을 진행했습니다. 이것은 학내의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에게 있어서 서로를 좀 더 잘 이해하고 장애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가질 수 있게 하는데 나름 기여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와 제 주변의 장애인 친구들은 적극적으로 학내의 많은 활동에 참여하고, 비장애인 친구들은 장애인 학우들을 그 자체로 존중하고 같이 어울립니다. 하지만 이 교육은 의무화된 것이 아닐뿐더러 올해 문과대와 사회과학대만을 대상으로 진행했다는 점에서 교육대상의 범위가 좁았다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따라서 아직까지 장애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더 확장시키기 위해서는 장애인지교육이 더 확대되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장애인들은 아직도 살아가면서 수많은 편견과 벽에 부딪힙니다. 물론 지금의 수준에 이른 것도 우리에 앞서 수많은 사람들이 싸움을 통해 일궈온 것이지만 그럼에도 우리의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계속해서 싸워나가야 합니다. 우리가 싸워가는 이유는 장애인에 대한 더 많은 특별한 대우를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장애인이라는 것에 어떠한 특별한 시선도 받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기 위해서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부족한 글을 이 외침으로 마치고 싶습니다. “나는 장애인입니다”

 

 

연세대학교 장애인권동아리 게르니카 회원

철학과 14학번 정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