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호] '시장논리' 넘어선 세상 공부, 인문학

과월호 다시보기/62호 2012.10.17 01:02

[62호] '시장논리' 넘어선 세상 공부, 인문학

- 감성과 소프트파워 중시되는 시대에 필요한 지혜




'소통'을 꾀하는 인문학

요즘 우리 사회에 각종‘인문학 강의’, ‘인문학 콘서트’ 등 인문학을 주제로 하는 강연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특정인이 아닌 일반 모두에게 열려있거나 무료인 곳이 많아 참석도 용이하다. 누구나 어렵고 난해한 인문학 책에 좌절하거나 비실용적이라는 생각에 관심이 줄어든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인문학 강좌는 전문가들의 친절한 대중 강연을 통해 사람들이 인문학에 대해 느끼는 거리를 좁히고 신선한 깨달음을 제공한다.

지난 9월 초부터 연세대학교 내에서도 동양고전을 주제로 한 인문학 강의,‘동양고전, 2012년을 말하다’가  열리고 있다. 연세대학교 학생과 서대문구 시민들을 중심으로 매 회 1,500 명이 넘게 참석하여 대강당 전체가 배움의 열기로 달아오른다. 대부분의 강사가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강의하는 것은 처음” 이라며 인문학에 대한 청중의 열의에 즐거워했다. 



인문학 강의에 대한 뜨거운 관심, 그러나

그러나 이러한 뜨거운 관심은 역설적으로 그만큼 우리 사회에 인문학이 결핍되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무엇보다 생산성, 실용성을 강조하는 사회적 풍토는 사람들이 인문학에 대해 관심을 덜 갖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기업뿐 아니라 대학과 정부까지 시장논리에 기울어져 인문학보다는 산업·실용주의적인 학과나 산업을 중점적으로 지원한다. 대학생 사이에서도 인문학이‘스펙’ 에 비해 우선순위가 밀리는 상황이 이제 낯설지 않은 풍경이 돼버렸다. 


인문학이 중요해지는 시대

인문학은 인간과 세상을 깊이 탐구하는 학문으로서 청소년부터 대학생, 직장인·장년층까지 누구에게나 자신의 가치관을 정립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전문적인 지식과 정보를 요구하는 다른 분야와 달리, 인문학은 모든 일의 기본이 되는 인간 및 인간과의 관계를 이해하게 해 준다. 또한 너무 앞만 보고 달려가다가는 언젠가는 근본적인 물음에 봉착하게 되어 있다. 인문학은 근본적으로 내면을 풍요롭게 해주고 사람과 세상을 보는 현명한 시각을 제공해 계속 움직일 수 있는 동력을 제공한다.


과거 어느 때보다 감성과 창조성이 중시되는 오늘날에는 인문학적 사유가 더욱 필요하다.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어 낸 고(故) 스티브 잡스는“애플은 언제나 인문학과 기술의 교차로에 있었다” 며 "인문학적 지식과 감성을 통해 통찰을 얻었다"고 말했었다. 월 스트리트 일류 투자가 피터 린치는“통계학 공부보다 역사와 철학 공부가 주식투자에 훨씬 도움이 되었다” 며 인문 고전에 대한 사랑을 드러냈다. 정치, 과학·기술, 경제·경영 등 다른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 위에 인문학적 사유가 덧붙여지면 높은 시너지 효과가 일어난다.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 중국은‘인(人)’ 과‘문(文)’을 형상화해 사람이 춤추는 모양의 엠블럼을 선보였다. 경제대국이라는 외형적 성취에 함몰되지 않고 정신적·문화적인 성장으로 21세기 최강대국을 향한 발판을 다지겠다는 의지다. 앞으로 인문학이 지닐 역할과 위상을 가늠할 수 있다. 감성과 소프트파워가 중시되고 있는 세계적인 흐름은 위기에 봉착한 인문학이 다시 위상을 되찾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져준다. 이번 기회에 인문학 강의를 들으면서 오늘날을 어떻게 살지에 대한 통찰을 얻어보는 것은 어떨까.


* 동양고전, 2012년을 말하다?

‘동양고전, 2012년을 말하다’ 는 지난 9월 4일 첫 강연을 시작으로 12월 11일까지 매주 화요일 늦은 7시에 연세대학교 대강당에서 열린다. 강의 주제로는 시경·논어·맹자·장자·목민심서·중용·사기·산해경·금오신화·성학집도·격몽요결·한중록·열하일기·이백과 두보(강연일정 순, 총 14회)를 다룬다. 11월 강의는 금오신화부터 한중록까지이며 이달 중순까지 www.platonacademy.org에서 신청하면 된다.


서민정 기자

seomj121@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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