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히 연세대 동문동문거리는 놈들...."> 기사에 대한 기고문

과월호 다시보기/77호 2014.09.15 22:42

   “연세대 신촌캠퍼스 학생이라고 원주캠퍼스 학생을 차별한다는 이야기는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다. 단지 서로에 대해 관심이 없을 뿐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수없이 나왔던 말이다. 자신은 학내에서 누군가를 차별하거나 비하한 적이 없다는 증언도 줄을 잇는다. 아마 사실일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다른 곳은 몰라도 연세만은 차별과는 동떨어져 있다는 그 순진함을 설명할 길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한마디 덧붙이고 싶다. 우리는 차별에 찬성하지 않는다. 단지 차별에 관심이 없을 뿐이다.

 

   ‘감히 연세대 동문 동문 거리는 놈들은 연세통과 한겨레21이 공동으로 기획한 기사다. 기사는 온라인상으로 올라오자마자 많은 사람들에게 공유되었고 그 중 대다수는 비난에 가까운 비판을 동반했다. 기사에서 쓴 사례가 사실인지, 그런 사례가 과연 연세대라는 공동체를 대표할 수 있는지,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연세대에 대한 명예훼손은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기사가 나온 71일의 타임라인은 온통 이런 문제제기들로 가득했다. 물론 개인적인 견해로도 기사에 비판할 점은 있었다. 하지만 그런 불만 따위는 무의미할 정도로 많은 비난들이 이어졌다. 흥미로웠던 점은 그에 반해 정작 기사에서 핵심적으로 주장한 차별에 대한 언급은 단 두 마디 정도로 요약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차별은 나쁘다. 우리는 그런 나쁜 짓을 하지 않는다.

 

   처음엔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최소한 차별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는 면에서 어느정도의 사회적 합의는 이룬 것 같았다. 하지만 논의가 진행될수록 그런 기대를 무색하게 만드는 주장들이 하나 둘 등장했다. 연세의 명예가 훼손당했다고 말하면서도 그 범위를 신촌캠퍼스로 한정하거나 학내 차별은 없다면서도 원주캠과 신촌캠은 다른 학교라는 말들도 나왔다. 그러면서도 애초의 차별은 나쁘다는 입장은 계속해서 반복됐다. 많은 사람들은 기사에서 인용된 커뮤니티의 게시글이 차별적이고 모욕적이라는 것에 의견을 같이했다. 또한 기사가 마치 연대생들이 차별을 일삼는 것처럼 묘사해 명예를 훼손했다며, 역으로 차별이 있었다면 그것은 명예롭지 않은 일이라는 인식도 드러냈다.

 

   이렇듯 기사에 대한 반응들이 모순적으로 나타난 이유는, 이런 주장들이 오직 '차별적 행위'만을 차별로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분명 많은 사람들은 쉽게 자신이 차별에 반대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동시에 이를 상대에 대한 모욕과 같은 적극적 행위에 한정한다. 마치 객관식으로 출제된 도덕 시험에서 '다음 중 옳지 않은 것'을 선택하라고 할 때와 같다. 답은 정해져 있고 말하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스스로의 명예와 연관된 부분에서는 그렇게 많은 논의를 이끌어 내면서도, 차별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도덕적 판단만으로 충분하다고 여기는 무관심 속에서 진짜 '차별'은 방치됐다. 객관식 시험 문제야 쉽게 맞출 수 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차별이 그렇게 단순하고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의 차별은 섬세하고 집요하며 일상적이다. 특히 그 중에서도 학내 차별과 서열화 문제는 '서로에 대해 관심이 없을 뿐'이라는 말로 교묘하게 감춰져 있기에 더욱 그렇다. '연세대와 원세대 사이한 대학 안에도 뿌리깊은 학벌주의'라는 국민일보 기사는 2006년 당시 문제가 되었던 미니홈피 테러를 다루고 있다. 사건은 당시 원주캠퍼스에 다니는 학생이 '연세대' 학생인 것처럼 글을 썼다고 여러 신촌캠퍼스 재학생들이 악플을 단 일이다. 물론 이것은 예전의 일이지만 지금 이런 일이 일어난다고 해도 전혀 놀랍지 않다. 원세대라는 용어는 아직도 남아있고, 아무런 설명없이 '연세대'라는 말을 한다면 편법을 써서 동등하게 취급을 받으려 한다는 인식 또한 여전하다. 그때도 가해자는 소수였다. 하지만 일상속 차별은 여전한데도 단지 자신이 직접적 행위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기만으로 말할 수 있는 건, 스스로가 차별에 무지하다는 자기고백일 뿐이다.

 

   그렇다면 솔직해지자. 서로에 대해 관심이 없다는 말로 포장하지만 이는 '차별적 행위'가 아닌 '차별적 인식'에는 관여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상대에 대한 비방이 없는 소위 예의바른 차별도 차별이다. 노골적으로 '성골, 진골' 등을 운운하는 사례야 들어본 적이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모른다고 해서, 적극적 행위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해서 현상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런 상황 속에선 언제든지 차별적 인식에 기반한 모욕적 언행이 이어져도 이상하지 않다. 따라서 기사에서 사례로 든 것은 차별적 행위의 사례지만 우리가 떠올릴 수 있는 건 근본적인 질문이다. "과연 우리는 차별에 대해 얼마나 생각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에 대한 답변으로 고작 '차별은 옳지 않다'는 정도의 논의만 나온 이 무관심이 연세의 현주소다.

 

   어떤 이는 그래도 무관심이 노골적인 차별보다는 낫지 않느냐고 말할 수도 있다. 아름다운 세상에 살고 싶은 것은 자유이니 환상 속에 살고 싶다면 말리지는 않겠다. 하지만 이곳에 차별에 무관심해도 되는 사람은 없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대로 연세대학교에 들어오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올해도 수능이 끝나면 수능성적에 따라 위계서열화 되어있는 학교와 학과 별 커트라인이 배치표로 만들어져 전국에 뿌려질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선 학교와 학과 모두가 분명 '차별'적이다. 이걸 모르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그러니 차라리 차별에 반대하거나 심지어 찬성한다고 해도 좋으니, 일단은 여기에 있는 차별을 인정했으면 좋겠다. 옳고 그른 것은 추후에 따져도 좋다.


트위터 계정 @alcheminos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
신고